이야기 마실/시
이발
맥코리
2011. 2. 28. 19:40
이발 -백대승-
1년만에 와서 그런지 주인장이 바뀌었다.
그래도 낯선 네게 나를 맡긴다.
잘 깎아 주세요!
어떻게 깎아드릴까요?
4번으로 해 주세요
............
죄송하지만 손님은 3번은 무리이고
4번으로 해 드릴게요.
.............
장발이 깎여 나간다. 하염없이 깎여 나간다.
예고 없이 바리깡은 냉정한 표정으로 날 외면한다.
왜 그래야만 했을까
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 눈을 떴다.
이건 아니었다.
방금 탈옥한 죄수의 머리 스타일
뒤에서 어떤 시연회를 보듯 쳐다보는 남자들
우라질 파랑클럽!
군대있을 때 깍새들 보다도 못한 실력이다
머릴 감다 울컥 한다.
정말 정성이 부족하다.
오늘 같이 따스한 봄날
파릇한 내 머리가 날 이토록 절망케 한다.
<모래사막이야기'이발'2007.4.24>